2023 병영생활 백서 '건강하고 즐거운 병영'
해병대1사단 포2대대
헬스·태권도·풋살 등 동아리 활성화
지난해부터 ‘병영문화 올클린 운동’
‘적과 싸워 이기는 강한 해병대’ 목표
체력 증진 등 부대원 자기계발 앞장
전역 예정 장병 취업 활동도 적극 지원
매일 새벽 출근해 부대원들과 뜀걸음을 하는 ‘FM 대대장’, 부대원들을 무술 고수로 키워 내는 ‘태권도 교관 주임원사’, ‘전투형 강군 육성’이라는 하나 된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부대원들. 힘들고 고된 일과가 펼쳐질 듯하지만, 이 부대에는 반전이 있다. 다채로운 동아리 활동과 자기계발 여건을 철저히 보장해 구성원들 얼굴에 웃음꽃이 질 날이 없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 포항행 KTX에 몸을 실었다.
이원준 기자/사진=부대 제공
부대원 절반 이상 ‘태권도 유단자’
해병대1사단 포2대대에 당도하니 이가헌(중령) 대대장과 신용한 주임원사가 기자를 맞았다. 소문과는 다른 방긋한 표정에서 인자함이 엿보였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는 법. 미소 뒤에 무서운 모습을 숨기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대 건물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복도 한쪽에 마련된 동아리 가입신청서. 포2빌더(헬스), 선봉태권도(태권도) 등 개성 충만한 동아리명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이날은 반기마다 진행하는 동아리 신청 기간. 빼곡히 작성된 신청서를 보고 있으니 옆에서 이 대대장이 설명했다.
“우리 포2대대는 부대원 자기계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헬스, 태권도, 풋살, 영어 등 많은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죠. 태권도 동아리는 공인 5단인 주임원사가, 풋살 동아리는 축구선수 출신 하사가, 영어 동아리는 외국어에 능통한 인사과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도 영어 공부를 하며 부대원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건물 뒤 풋살장에서는 ‘선봉태권도’ 구성원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곁에 있던 신 주임원사가 품새 지도에 나섰다. 그는 과거 겨루기 종목 해병대 대표선수로 활약한 무도 고수다. 최근까지 해병대 태권도 교관으로 활동했다.
태권도는 부대 상징과도 같다. 신 주임원사의 지도로 부대원 240여 명 중 128명이 유단자다. 3단 이상 고단자도 40명이 넘는다. 부대가 태권도에 정성을 쏟은 결과 해병대 대회에서 매해 알토란 같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포2대대는 2021년을 포함해 총 7차례에 걸쳐 해병대 태권도 최우수부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 주임원사는 “이곳에서 초임하사로 군 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도 선배들에게 호되게 혼나며 태권도를 배웠습니다. 베트남전쟁 때 짜빈동전투가 끝난 뒤 호찌민은 ‘승산이 없다면 한국군과 싸우지 말라’는 지시사항을 남겼는데, 태권도에 능한 해병대를 놓고 말한 게 아닌가 합니다(웃음). 실제로 우리 부대는 청룡부대에 편성돼 짜빈동전투에서 105㎜ 견인포 화력지원을 하며 ‘신화를 남긴 해병대’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태권도 동아리 취재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대대 건물. 한 장병이 진지한 표정으로 동아리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연출이 아닌 실제임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건강하고 즐거운 병영문화 뿌리내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체력단련장. 건물 2층에 마련된 시설에서는 ‘포2빌더’ 동아리원이 울퉁불퉁 근육을 뽐내며 ‘쇠질’에 몰두 중이었다. 동아리장은 대대 정보장교인 황지영 중위. 그를 비롯한 부대원들은 ‘적과 싸워 이기는 강한 해병대 기질’ 배양을 목표로 꾸준히 전투체력을 증진하고 있다.
포2빌더는 최근 값진 결과물도 냈다. 사단이 전투체력 활성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행 중인 ‘금배지’ 대상자로 대대에서만 14명이 선정된 것. 금배지를 얻기 위해서는 체력검정 특급, 턱걸이 25개 이상 등 높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황 중위는 “평소 열심히 운동하며 전투체력을 끌어올린 결과 대대에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받았다”며 “올해 여름 동아리원들과 함께 보디 프로필을 찍을 계획이라 쉴 틈 없이 체력단련을 하며 담금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포2대대는 자기계발과 동아리 활동을 자양분 삼아 ‘건강하고 즐거운 병영’을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해병대가 시행하는 ‘병영문화 ALL-CLEAN 운동’의 하나로 출발했다. ‘병영문화 ALL-CLEAN 운동’은 인권이 보장된 미래지향적 해병대 병영문화 조성을 목표로 한다. 포2대대도 이러한 활동에 발맞춰 병영문화 혁신 ‘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부대는 전역 장병 및 전역 예정 장병을 대상으로 취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채용 기간을 맞아 부대원에게 자기계발 여건을 보장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포항제철소를 비롯해 포항 전역에서 피해복구 활동에 적극 나섰던 해병들을 특별채용하고 있다.
부대는 전투형 강군이라는 본연의 임무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이달 초 태국에서 진행된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에 1개 중대를 파견한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은 한낮 기온이 40도를 육박하는 환경에서도 화력지원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며 대한민국 해병대 포병부대의 위상을 드높였다.
[인터뷰] 해병대1사단 포2대대장 이가헌 (중령)
“모든 간부가 자주포 조종 자격, 전투형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
“병영문화 혁신의 종착지는 ‘전투형 강군 육성’입니다. 부대원들이 전투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병영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가헌 대대장은 자기계발과 동아리 활동으로 대표되는 병영문화가 전투형 강군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악습을 없애고, 자율적인 병영문화를 꽃피운다면 자연스럽게 임무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게 이 대대장의 지론이다. 실제로 동아리 활동이 늘면서 사건·사고가 대폭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해병대원들은 도전정신이 충만합니다. 장병들은 자율적인 병영생활에서 군 생활의 목표를 설정합니다. 저는 부대원들이 내재된 도전정신을 깨울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포2대대는 K55A1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다. 부대는 해병대 고유 임무인 상륙작전에서 압도적 화력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간부가 자주포 조종수 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 비슷한 이유에서 일과 후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지게차 교육도 한다. 지게차는 50㎏에 가까운 포탄을 운반하는 포병부대 필수 장비 중 하나다.
“유사시 자주포 조종은 조종수만의 역할이 아닙니다. 언제, 어떤 환경에서든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독려한 결과 부대원 중 50여 명이 조종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지난해 말 전입 온 조인경 하사도 조종수 자격을 획득하는 등 전투형 강군으로서 임무 완수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끝으로 ‘FM 대대장’이라는 별명에 관해 질문했다. 이 대대장은 멋쩍게 웃으며 매일 아침점호에 참가해 뜀걸음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전우라는 마음가짐으로 부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점호 전 출근해 대대원들을 지켜볼 때마다 뿌듯함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이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전투를 승리로 종결지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이들과 매 순간 함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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